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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이사회는 최고경영자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라는 이름과 같이 형식적인 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선진기업의 사례를 보면 최고경영자의 선임이나, 기업의 위기 시 가장 주목받는 것이 이사회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2025.08)은 단순히 법 조항의 수정을 넘어 기업 경영의 근간을 바꾸는 새로운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사회는 더 이상 형식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 회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이사의 책임 범위 확대이다. 이제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단순히 경영진의 결정을 따르는 것을 넘어, 소액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 둘째, 독립 이사의 역할 강화다. 전체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적인 이사로 선임해야 하며, 이들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셋째, 투명성 및 주주 참여 확대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전자 주주총회 제도가 의무화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고, 모든 주주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투명성과 책임'을 더욱 강조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열사 합병을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에는 “회사 차원에서 손해가 없었다”라는 논리로 방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액주주가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문제 될 수 있다. 이는 곧 이사회가 전략적 판단을 내릴 때 이해관계자 전체의 시각에서 리스크를 평가하는 관점의 전환과 과정상의 투명성과 책임이 강조된다.


이사회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라

단순히 경영진의 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 이사회'의 시대는 끝났다. 그렇다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전략적인 안건 개발과 다양한 관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전략적 이사회의 핵심은 전략적인 안건을 개발하고 회사의 이익은 물론, 소액주주, 임직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고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결국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길이 될 것이다. 둘째, 투명한 기록의 제도화를 추진하자. 단순히 회의록을 남기는 것을 넘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리스크를 검토했고,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했는지 명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이는 '보여 주기식 경영'을 넘어 '증거 기반 경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셋째,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독립 이사나 감사위원이 회계, 법률, 기술, ESG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성별, 나이, 국적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사들이 함께할 때, 회사는 더 넓은 시야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넷째,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자. 연례 주주총회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IR, 온라인 간담회, 질의응답 세션 등을 통해 주주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다섯째, 리스크 관리의 컨트롤 타워가 되자. 이사회는 단순히 보고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환경 규제, 기술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로

물론 이러한 변화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운영 비용이 늘어나는 등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사회 운영 방식을 전략적으로 개선하는 기업만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거수기 이사회'에서 '전략적 거버넌스 이사회'로 변신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새로운 성장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hkim1047@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