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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연유로 리더들은 리더십 다면 진단을 피하고 싶어 한다. 직원들의 피드백으로 결정되는 결과에 따라 어떤 리더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고, 어떤 리더들은 화가 나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은 리더들은 침묵시위를 통해 팀 분위기를 숨 막히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리더십 다면 평가를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을까? 


결과를 해석하기에 앞서 인간은 누구나 객관적 자기 성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직급이 높아지며 권한이 늘어날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떨어지고 확증편향은 강해진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교 캐플란 교수의 말처럼 리더가 피드백을 받지 않으면 독재자가 되기에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싶은 불안감이 있어도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듯이 말이다.


또한 리더십 다면 진단은 내 리더십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란 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타인의 눈에 비친 결과를 확인하고, 왜 그들이 나의 리더십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 사실과 인식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작년에 어떤 임원이 다면 진단 결과를 받아 들고는 결과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본인은 평소에 인정과 칭찬을 자주 하는 편인데 다면 진단 결과에는 그렇지 않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임원에게 인정과 칭찬을 어떻게 건네는지 자세히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그 임원은 인정과 칭찬의 말 뒤에 항상 상대의 부족한 점을 덧붙이고 있었다. 칭찬만 하면 직원이 자만에 빠지기 때문에 늘 개선해야 될 점을 함께 얘기한다는 것이었다. 그 임원은 인정과 칭찬에 방점을 찍었지만, 듣는 직원에겐 마지막에 덧붙인 지적이 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임원이 인정과 칭찬을 잘 건네지 않는 사람이라 인식했던 것이다.


이처럼 다면 진단 결과를 읽을 때는 냉정하게 진단 결과가 사실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인식인지를 체크해 보고,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사실과 타인의 인식 사이의 차이를 줄일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의미하게 해석할 항목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면 진단은 다양한 직급의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그러나 직급에 따라 평가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있다. 예를 들어, 상사 입장에서는 그 리더가 인재 육성을 잘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동료 입장에서는 그 리더가 얼마나 실행력이 있는지, 규정을 잘 지키는지 알기 어렵다. 또한 후배들 입장에서는 내 리더가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는지 평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든 항목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주관식 서술 응답 결과도 마찬가지다. 주관식 서술 내용에 협업 정신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최근 유관 부서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갈등이 있었다면, 유관 부서 입장에서는 그 리더가 협업 정신이 부족하다고 느껴 이를 진단 응답에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응답이 유의미한 판단이라 볼 순 없을 것이다.


건강 검진은 건강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리더십 다면 진단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을 더욱 향상시키고 싶다면 리더십 다면 진단 결과라는 도구를 슬기롭게 활용해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soh5813@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