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KBS 아침마당에 몇 번 출연해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전에도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프로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방송 이후 강의 청탁이 몰려왔다. 강사료도 올라갔다. 온갖 곳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바람에 한동안 바빴다. 이상한 곳에서 전화도 많이 왔다. 주로 도와달라는 전화였다. 제대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강의한 다음날 산책을 하는데 동네 아줌마 몇 사람이 나를 빤히 보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도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그중 한 분이 “이 동네 사시나 봐요?”라고 얘기를 건다. 순간 긴장했다. 동네 산책할 때도 제대로 차려입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딸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옆에 앉은 아줌마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린다. 들어보니 아침마당 어쩌고 한다. 밥이 콱 걸리는 느낌이다. 바로 나왔다. 이름이 알려지는 일은 좋은 일이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연예인뿐 아니라 나같이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은 그렇다. 얼굴이 알려져야 초청을 받을 수 있고 강사료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연예인의 경우는 인기가 있어야 광고도 찍을 수 있고 몸값도 올라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기를 위해 온갖 행동을 다한다. 인기를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인기가 어떤 것인지,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기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다른 사람 손에 내 행복을 위임한 것과 같다. 사람들이 환호할 때는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술을 끊은 알코올중독자처럼 손을 떨지도 모른다. 인기라는 것은 허무하다. 거품과 같다. 지금은 당신에게 환호하지만 내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에게 환호할 것이다. 인기가 있으면 적은 노력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 하루 광고를 찍고 서민들 일 년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정말 끝내주는 일이다. 하지만 인기가 사라지면 돈도 같이 사라진다. 그런 면에서 인기는 마약과 같다. 짜릿하지만 약 기운이 오래 가지 않는다. 계속 약을 투여해야 지금의 쾌감을 유지할 수 있다. 계속 양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마약을 계속 맞을 수는 없다. 인기도 그렇다. 무슨 수로 인기를 계속 누릴 수 있는가? 세상에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자살의 충동을 느끼는 것도 젊은 나이에 너무 달콤한 인기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인기는 돈과 명예를 주지만 그 대가로 유명세를 치러야 한다. 사생활도 사라지고 공인이라는 멍에도 짊어져야 한다. “유명 인사는 일생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해지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다.” 프레드 앨런의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배용준이나 장동건 같은 사람을 보면 가여운 생각이 든다. 모든 자유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강남역을 활보할 수도 없다. 동네 산책도 다닐 수 없다.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한다. 아무 음식점이나 갈 수도 없다. 연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기 집 외에는 온 세상이 감옥 같을 것이다. 무엇보다 끔찍한 일은 그들은 사람들을 모르는데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안다는 것이다. 겨우 방송 한두 번을 했지만 방송 이후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강사로 저자로 유명해지는 것은 추구하되 가능한 방송 출연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의 불편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기는 마음의 평화를 해친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인기인들은 자기 인기에 연연한다. 인기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의식할 게 많고 행동에 걸림돌이 많아진다. 그런 면에서 인기인들은 자유를 담보로 돈과 명예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남이 뭐라 하든 별로 개의치 않는 것이다. 알아주지 않아도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인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초연하라(自處超然)” 400년을 이어온 경주 최 부자집의 가훈이기도 하다. 물론 이 단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양이 필요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