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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탔다. 아마 2~3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은퇴를 하고 난 뒤 몇 년은 열심히 탔으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제주도 환상섬 자전거 종주를 하던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탈이 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무릎이 원상 복귀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 것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출발해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으로 향했다. 이 탄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미금교가 나오는데 그곳이 내가 늘상 돌던 반환점이자 잠시 쉬어 가는 곳이다. 다리 밑엔 여전히 팔뚝만 한 잉어들이 바글바글하게 노닐고 있었다. 앉아서 무심히 잉어들을 쳐다보니 잉어들도 각양각색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놈들이 있고, 좀 말라서 배가 고파 보이는 잉어도 있고, 비늘 색깔이 진한 놈, 연한 놈 또한 비늘 크기가 훨씬 큰 이스라엘잉어도 있다. 그때 뜬금없이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세상에서 나름 나답게(?) 살아가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성찰 아닌 성찰이 올라왔다.


나는 고객과의 첫 세션에서 언제나 ‘경영자의 자기 인식과 성찰’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이때 고객들이 막연해서 당황스러워하는 질문이 바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지만 나는 첫 질문으로 반드시 이것을 물어본다. 머뭇거리거나 힘들어하는 고객에게는 “그냥 편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얘기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그제사 이것저것 많은 얘기들이 나온다. 자기 주관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 동료나 부하, 상사 관점에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질문은 아주 평범한 질문이지만 한편으론 너무도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다음 질문은 “어떤 리더인가요?”이다. 똑같은 유형의 자기성찰적 질문이지만 대답은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냐는 질문이다. 지금 자신이 속한 조직이 어떤 상황에 있고, 리더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또 어떤지, 본인의 존재가치가 있는지 등등 많은 얘기들이 오간다. 그러고 난 뒤 다음 질문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이다. 이것은 미래의 To Be 모습이자 지향점을 성찰하게 하는 질문이다. 이 세 가지 질문만으로도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눈앞에 바글대는 잉어들에게 이 질문들을 던졌다. 재미있게도 잉어들이 거꾸로 나한테 그 질문들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들을 첫 코칭에서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쳐다보고 난 뒤, 자신이 가야 할 길의 출발점에 서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라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자 함이다.


사람은 참 다양하다. 같은 운동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같아 보이는 잉어도 다 다르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kdaehee@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