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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전 NC다이노스 감독이자 ‘티빙슈퍼매치’ 해설위원 이동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프로야구 선수로 그리고 은퇴 이후에는 코치, 감독으로 지내오면서 단 한 번도 야구장 밖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NC다이노스 감독 시절부터 좀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코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23년에는 좀 더 선진적인 야구, 특히 MLB 구단의 ‘코칭과 육성’을 학습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프로야구 방송을 하면서 현장 지도자가 아닌 또 다른 관점에서 야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계를 하게 되면 경기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알기 위해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6월 중순에도 중계 해설을 위해 경기장에서 A 선수와 만났습니다. 저는 몸은 어떤지 물어보는 것으로 운을 띄웠고 A 선수는 그냥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A 선수는 주전선수로 뛰다가 성적 부진으로 경기를 자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상대 팀 감독으로 있을 때 A 선수는 정말 상대하기 싫은 선수였습니다. 이를 떠올리며 ‘너는 타격도 좋고, 수비, 주루 다 좋은 선수였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잠깐 멈칫합니다. 제가 그때는 야구를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감독이 선수 자신의 야구를 보여달라고 주문했고 그래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야구가 잘 되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길래 또 질문했습니다. 그럼, 성적이 좋을 때는 타석에서 어떻게 쳤냐고 말이죠. A 선수는 별생각 없이 쳤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A 선수에게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이고, 많은 것을 가진 선수이니 좀 더 힘을 내라.”고 이야기하고 대화를 끝냈습니다. A 선수는 그날 대타로 한 타석에 출장해 안타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2주 뒤, A 선수가 속한 팀의 경기 중계가 있어 경기장에 갔는데 A 선수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습니다. A 선수는 “저번에 위원님이 해 주신 말이 계속 저를 생각하게 했고, 심적으로 굉장히 편안하고 좋았다.”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시합에 주전으로 나가지 못해 많이 힘들었는데 저번에 제가 해준 이야기가 너무 힘이 되었고, 지금은 시합을 나가지 못해도 야구장에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이죠.


다시 연습하러 가는 A 선수의 모습을 보며 저도 ‘코치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치는 선수를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한편, 그간의 과정을 일깨움으로써 선수가 다시 움직이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저 또한 다시 느끼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A 선수는 며칠 후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사실, A 선수와 나는 서로 연락처를 모르는 사이입니다) 메시지 내용을 요약하면, 너무 어려운 시즌이었는데 저와의 대화가 감동이었고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제가 A 선수에 대해 한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저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새기면서 야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한 통의 문자로 저의 강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면 지도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보람을 느끼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의 개발(Developer) 강점은 타인의 잠재력을 빨리 알아보고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조언으로 사람들을 도울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오늘도 선수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게 만든 질문과 코칭의 절묘한 하모니를 기대해 보면서 하루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ldw15@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