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저녁 약속은 거의 하지 않는데 피치 못할 약속이 생겼다. 친구가 책을 썼는데 추천사를 쓴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다들 쟁쟁한 사람들이다. 대기업 부회장, 대학교 이사장, 출연연구소장 등등…. 난 다른 사람들 얘기와 책을 처음으로 쓰게 된 친구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엉뚱한 사람의 얘기만 잔뜩 듣다 왔다. 우연히 그 자리의 연장자인 분에게 질문 한번 했다 완전 그분의 공연장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늦게 온 그가 혼자 얘기를 독점하는 바람에 대부분 사람들은 말 한마디 못했다. 나 역시 한마디도 못 하고 그의 얘기만 들었다. 완전 김이 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혼자 떠들까? 자신이 판을 깼다는 생각을 했을까? 나머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시에 배울 만큼 배우고, 사회적 지위도 저렇게 높은 사람이 왜 대화를 저렇게밖에 못할까란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저런 식으로 대화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와의 만남을 피할 것이란 것이다. 나 역시 그분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화의 최고 적은 바로 강한 에고다. 내가 생각하는 에고는 그릇된 자아이다. 에고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너희보다 낫거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내가 누군지 알아’하는 마음, 나만 보느라 남을 보지 못하는 것, 나 이외에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본인만 생각하느라 남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을 깨는 것이다. 본인 할 말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도 할 말이 있을 수 있고, 그들에게도 말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게 되는 것이다. 관련해 『에고라는 적』(2017)이란 책 일부를 소개한다.


“위대한 팀들이 무너지는 과정이 있다. 승리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은 팀 내 자기의 중요성, 팀에 대한 기여도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에고가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연이은 승리 뒤에는 어김없이 나라는 질병이 나타난다. 명예를 추구하면 명예가 멀어진다. 진짜 자신감은 누가 자기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기다릴 줄 알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성공의 가장 큰 장애는 바로 나라는 질병이다. 어려울 때는 잠잠했던 나라는 질병이 조금 유명해지면 슬슬 나타난다.


마셜 플랜으로 유명한 조지 마셜은 조용하게 일하면서도 큰 성과를 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라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옳은 일이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지 않았다. 독일 총리 메르켈 역시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다. 자신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결과가 중요할 뿐 그 밖의 것들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메르켈의 가장 큰 무기는 가식 없음이다.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 것, 아래 있건 위에 있건 경멸하지 않는 것,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 것, 분노하고 싸우거나 우쭐대지 않는 것, 군림하거나 생색내거나 스스로를 엄청난 인물로 생각하지 않는 것 등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키워드는 에고다. 에고를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에고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존재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에고는 우리에게 듣고 싶은 말을 듣게끔 부추겨 객관적 판단을 흐린다. 내면의 자만심,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잊게 만든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더 배우거나 훈련할 필요가 없고 당신은 이미 충분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속삭여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고 현실에 안주하게 함으로써 개선의 여지를 없애 버린다. 우리를 현실과 분리시키고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수많은 문제의 밑바닥에는 이 에고가 있다. 한번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근데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에고를 잘 다스리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는 질병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에고라는 적을 조심해야 한다.”


이상이 대충의 내용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한번 만난 후 가능하면 만남을 피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대화를 독점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 그 사람 얘기만 한 시간 듣는 건 기가 빨리는 일이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진다. 가끔 만나는 사람이 그러는 건 용서할 수 있다. 만나는 횟수를 줄이면 되기 때문이다. 근데 매일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고, 혼자 떠든다면 그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는 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화를 독점하는 사람이 명심할 사항이 한 가지 있다. 지금처럼 대화하면 독거노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