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참 쓸데없는 말, 아무 소용없는 말을 많이 하면서 산다. “이런 말 하지 않으려 했는데”라고 말하면서 사람 속을 긁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하지 않으면 된다. 왜 그런 말을 굳이 꺼내는가? 누굴 위해 그러는가? 나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라면서 얘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생각해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 같은데 듣는 내가 기분 좋을 리 있는가? 기분 나쁘게 들릴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말 듣고 제발 네 기분 좀 나빠지라는 것이다. 고약한 심보다. ‘그쪽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기인데’ 라며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를 한다. 근데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일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제발 걱정 좀 하라는 얘기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네가 미워 걱정거리를 주고 싶다는 말이다. 이런 말은 가능한 하지 말아야 한다.

스피치를 할 때도 그렇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참 김새는 일이다. 자격이 없다니,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 선 이유는 무언가?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이면 이런 자리에 서지 말았어야지? 그럼 듣는 우리들은 뭐가 되는가? 자격도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을 시간 아깝게 들어야 하는가? 정말 아무짝에도 소용없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수시로 ‘앞에서도 말했지만’이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듣고 보면 앞에서 말 안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앞에서 말했다는 말을 굳이 하는 이유가 무언가? 만약 했다면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그보다 더한 말은 ‘여러분도 다들 알다시피’란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이 어떻게 아는가?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무언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라는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이 말 외에는 다 솔직하지 않은 얘기를 했다는 건가, 뭔가? 모두 쓸데없는 말이다. 말을 할 때는 핵심적인 얘기만 하면 된다. 이런 곁말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하는 말에 알맹이가 없기 때문에 자꾸 이런 말로 그런 걸 희석시키는 것 아닐까?

하나마나한 말도 참 많다. 대표적인 것이 힘내라는 말이다. 힘이란 게 내고 싶다고 낼 수 있는 것인가? 예전에 어떤 여성 코치에게 잠시 운동관련 코치를 받은 적이 있다. 힘든 운동을 12번씩 서너 세트 반복해야 하는데 마지막이 가까워오면 그녀는 습관적으로 ‘힘 내세요. 거의 다 됐어요’란 말을 했다. 난 그 말이 듣기 싫었다.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힘이 빠졌다. 힘이란 게 내고 싶다고 낼 수 있고, 내기 싫다고 내지 않을 수 있나? 어차피 힘을 내건, 힘을 빼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건데 왜 자꾸 옆에서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미안해 할까 봐 얘기는 안 했지만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힘이 빠졌다. 난 차라리 옆에서 지켜보며 눈으로 격려하는 것이 힘을 낼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힘이 들어 보이면 안아주던지, 맛난 걸 사주거나 가벼운 선물을 하는 게 낫다. 힘을 빼라는 것도 그렇다. 힘이란 건 빼고 싶다고 뺄 수 있는 게 아니다. 잘 들어주든지, 웃게 하든지, 재미난 얘기를 해주는 게 낫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도 그렇다. 스트레스는 안 받겠다고 결심한다고 받지 않는 게 아니다.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은 공기 나쁘니까 공기를 마시지 말라는 말과 같다. 숨을 쉬지 말라는 말이다. 나름 위한다고 하는 말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난 말과 글로 밥을 먹지만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비커밍이란 프로를 봤다. 오바마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주인공이다. 비커밍이란 책을 낸 이후 전국순회를 하면서 대담을 하는 걸 모은 프로다. 그녀가 똑똑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 어려운 질문에 통찰력 있는 답변을 하는 모습, 유머와 재치로 좌중을 웃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군소리 제로에 핵심과 재치로 이루어진 완벽한 말의 잔치였다. 여러분이 하는 말을 잘 들여다보길 바란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