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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재미있는 일이었다. 국민대 리더십과 코칭MBA 졸업자들과 함께 북 클럽을 해 온 지 몇 년째 고비가 온 것이다. 북 클럽은 선정된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토론 모임을 한다. 요즘은 줌(zoom) 화상회의로 하지만 그전에는 강릉으로 1박 워크숍도 다녀왔다. 유쾌하고 정겹고 유익한 북 클럽이다. 하지만 오래된 연인들에게 권태기가 오듯이 북 클럽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정체기가 왔다. 바빠서 하나 둘 빠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참석자들도 에너지가 떨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부담을 줄이도록 모임 빈도를 늦춰야 할까?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모임으로 만들까? 독자분들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더 많은 것을 요청하라

우리는 정반대로 해봤다. 느슨하게 부담을 줄이기 보다 더 몰입하도록 규칙을 바꾸었다. 모임 빈도를 오히려 높여서 월 1회에서 월 2회 격주 모임으로 바꿨다. 책을 읽는 건 기본이고, 이젠 모두가 글을 써서 올리기로 했다. 서로의 글을 미리 읽고서 북 클럽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몰입도가 높아졌고 출석률도 좋아졌다. 글의 수준도 높았다. 책 내용을 요약하며 수동적으로 이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책 내용과 자신의 삶을 연결해서 글로 쓰니 흥미진진했다. 그야말로 에지 있는 견해와 불꽃 튀는 생각의 교류가 북 클럽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책을 읽고 나서는 북 클럽 모임에 그 원리들을 적용해봤다. 아주 예술적인 진행을 맛보았다. <논어>를 읽고 공자라는 인물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몽골에서 자가 격리 중인 회원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고 사랑에 대해, 삶의 각성에 대해 아름다운 글을 보내왔다. 책 <의식 혁명>에 대해서 회원들이 쓴 글은 감동적이었다. 그 책에 소개된 대로 자신의 의식 수준을 자가 진단하고 공유하면서 많이 웃고 수다를 떨었다. 회원들 간의 팀워크가 강화되는 게 느껴졌다.

우리는 이걸 통해 크게 배웠다. 더 많은 것을 요청하는 것이 답일 수가 있구나! 때로 우리는 그렇다는 걸 감지하면서도, ‘상대방이 불편해할 거야’ ‘이게 그 사람에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거야’라고 핑계를 대면서 용기 없음을 감춘다. 폐가 될까 봐 요청도 안 한다고? 상대방이 ‘노(no)’를 선택할 수 없다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요청이기 때문에,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하고, 수정 제안을 할 선택권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결국 더 많이 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우리의 성실성이다.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국제코치연맹(International Coaching Federation)은 코치가 하는 일, 즉 역할을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코치는

● 사람들이 더 높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준다.
● 고객에게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것을 요청한다.
● 고객이 더 신속하게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 지원, 구조를 제공한다.

이걸 보면 코치가 단지 듣고 공감만 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즉, 익숙한 안전지대에 머물게 하는 것은 코치의 일이 아니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도록, 더 많은 것을 하도록 요청하는 이유는 잠재력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요청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효과가 있으려면 요청의 내용이 상대방의 니즈와 맞아야 한다. 진짜 중요한 기준은 ‘이것이 상대방을 위해 좋은 일인가?’ 밖에 없다. ‘요청(request)’일뿐이니, 선택은 상대방이 한다. 설령 거절한다 해도 영구적인 거절이 아니며, 나에 대한 인격적 거절도 아니다. 단지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북 클럽을 더 밀도 있게 운영하기로 한 것은 나 자신에게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역할로 바쁘니 일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나는 책을 더 읽고 글을 더 쓰는 쪽을 택했다. 장기적으로 나를 위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일종의 셀프 코칭이다. 교훈은 이것이었다. 더 많은 것을 요청할 것, ‘아님 말고!’ 정신으로.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