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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스포츠 감독에게서 리더십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있다. 미국 듀크대 농구팀 블루데블스를 42년간 이끈 슈셉스키 감독은 통산 1,200승 신화와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 수상 업적을 이룬,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22년 은퇴를 앞둔 그의 마지막 홈경기에는 경기 두 달 전부터 입장 대기 캠핑촌이 차려져 슈셉스키 마을이란 이름이 붙었고, 티켓 재판매 가격은 1억 2천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그는 「사슴을 이끄는 사자의 리더십(Leading with the Heart)」(2022)이라는 책을 썼다.


관계에 투자하기

 제일 궁금한 것은 75세의 노장 감독이 20대 선수들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어떻게 자신을 따르게 하고, 열정을 북돋고, 팀을 위해 헌신하게 했을까? 그는 리더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믿었다. 선수 선발에서는 천부적인 농구 재능을 따지기 보다 좋은 성품을 우선시했다. 기꺼이 팀원이 되려는 의지와 말귀를 알아들을 정도면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대신 선수든 매니저든 트레이너든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선수들을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거나 함께 산책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중시하는지, 힘들어하는 건 무엇이고 포부는 무엇인지 등을 대화를 통해 파악했다. 해마다 신입이 들어오는 대학팀이라 40년 넘게 같은 역할을 하면 지치거나 타성에 젖을 만도 하지만, 그는 늘 올해는 어떤 팀이 될지 마음이 설레었다고 한다. 팀은 마차 바퀴처럼 연결되어 있고 리더는 바퀴의 축 같은 존재라면서, 각자 서로의 역할에 감사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구성원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나는 그동안 구성원의 역량이 불만인 리더들을 많이 만났다. 어쩐지 직원들은 실력이 부족하고, 고민을 안 하고, 수동적이며 심지어 게으르다고 한다. 예전에는 리더가 그런 고민을 말하면 나는 코치로서 이렇게 질문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리더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이렇게 질문한다. “구성원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을 어떻게 하면 최대로 발휘하게 할 수 있을까요?”


잠재력 발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두려움이라고, 코칭의 대가 존 휘트모어는 설파했다. 그래서 심리적 안전이 중요하고 팀에 상호의존성이 필요하다. 바보 취급 당하거나 비판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내려놓게 하고, 서로 도와주며 팀에 의존하는 법을 가르쳐야 잠재력은 모습을 드러낸다.


블루데블스가 애리조나대 농구팀과 맞붙을 때 일이다. 다수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경기의 종료 1초 전, 2점 차로 뒤지고 있을 때 블루데블스에게 자유투 기회가 주어졌다.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자유투는 실패했고 경기는 패배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자 주전 선수들이 달려가 자유투를 쏜 선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한 주전 선수는 이 패배로 인해 내셔널 플레이어 후보에서 탈락하게 되지만, 그를 비롯해 아무도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달려나가서 “걱정하지 마,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거야.”라고 위로하는 그 순간이 슈셉스키 감독에게는 전미 챔피언십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그는 승리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이기려는 태도, 나아지려는 근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우수성이란 지난해보다 더 훌륭한 실력을 갖는 것이다. 통산 20승을 목표로 하기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비팀을 만들자’ 같은 목표로 선수들의 열정과 포부를 자극했다. 우승보다 더 깊이 있는 성공철학을 추구한 진정한 리더였다. 그는 사자들도 지리멸렬할 수 있고, 사슴 무리도 훌륭한 리더십으로 이끌면 강한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