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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말은 무엇일까? 바로 “NO.” 거절의 말이 아닐까 한다. 거절은 당하는 것도 힘겹지만 하는 것도 못지않게 어렵다. 다 받아 주자니 몸이 고되고, 거절을 하려니 마음이 부대끼고 진퇴양난이다.


한 언론에서 전국 성인 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가 일상생활에서 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드시 거절해야 할 땐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36%만이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라고 답했고, 대부분 '거짓말로 핑곗거리를 만든다'(31%) '말끝을 흐린다'(17%) '상대가 부탁하기 전에 선수 친다'(9%)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7%) 등 우회 전술을 택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NO를 제대로 하면 삶이 ON이 된다는 우스갯말이 나오겠는가. 거절이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거절은 이기주의자나 철부지의 자기변호 멘트만은 아니다. 오마하의 현자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과거에 버핏과 식사를 함께 한 역대 인물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이 한 끼에 무려 35억 원 이상의 수업료를 내고 들은 공통 교훈은 “거절하는 것에 편안해져야 한다. 진짜 성공한 사람은 ‘아니오’를 말할 줄 안다.”라는 것이었다.


워런 버핏뿐 아니라 많은 리더들이 전략적 거절을 강조한다. 거창한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전략적 거절의 기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공자는 인(仁)을 강조했지만 알고 보면 전략적 거절의 달인이었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 리더형인 ‘군자’는 무골호인(無骨好人, 아주 순하고 착해서 누구에게든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혜이불비(惠而不費, 은혜를 베풀되 쓸데없이 낭비하지는 않음)를 행하는 자다. 애덤 그랜트 와튼 스쿨 교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등으로 거절을 못 해 탈진하는 것을 ‘호의 탈진’이라 말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군중심리에 떠밀려 Yes 했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다면 전략적 거절의 기술을 연마할 차례다.


거절(拒絶)의 ‘거’는 손 수(手)와 클 거(巨)가 합쳐져 ‘막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글자다. 손에 거대한 도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인생의 방해꾼, 장애물로부터 나를 오롯이 지키는 커다란 방어무기, 그것이 거절이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막을 것은 막고, 자를 것은 자르고, 미룰 것은 미룰 줄 아는 전략적 거절이야말로 진정한 개방이고 호의이다. 연기 요청, 대안 권유 등 사안별 방법은 여러 가지다. 중요한 것은 무리수로부터 내 삶을 지키는 것이다. 오늘은 ‘NO'로 하루를 ‘ON’ 해보는 것은 어떨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