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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의 사업부장을 코칭 할 때였다. 바로 몇 달 전 승진해 사업부장이 됐는데 업무만 생각하면 밥맛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얘기인즉, 자기 사업부는 수주 비즈니스를 하는 부서이고 수주가 되고 나면 개발 사업부에서 개발 총괄 PM(Project Manager)이나 중간 리더급인 PL(Project Leader)을 파견해 줘야 하는데 바로 그 개발 사업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엄청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 건의 수주는 개발 사업부에서 인력을 파견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외주 요원을 활용했고, 그러다 보니 개발비용 상승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관리가 부실해져서 현재의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관련 부서와의 협업은 더 많아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므로 관련 부서와의 협조를 얼마나 잘 얻어내는지도 중요 능력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하게 옳은 말만 해내면 옆에서 척척 잘 도와주는가?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임원들이 구성원들의 리더십 발휘나 조직관리가 잘 안되어서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일이 종종 있다. 왜일까? 사람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만 있어서는 안 되고 먼저 귀를 열어야 한다.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귀를 열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위의 사업부장에게 물었다. “누가 더 힘든 것 같습니까?” 당연히 자기라고 답했다. “그럼 누가 먼저 다가가야 할까요? 누가 먼저 문을 열어야 할까요?” 상대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며 자기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수긍했다. 우선 상대가 좋아하는 것, 취미생활,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등등 사전조사를 충분히 한 뒤 편하게 저녁식사 자리를 가지되, 그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고 인간적인 호감과 관심을 보이는 것, 그것이 지금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2주 후 코칭 때 만난 사업부장은 상기된 얼굴로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코치님,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오늘 대표이사 앞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보고했는데, 그 사업부장이 전격으로 나를 도와줬어요. 아주 일 잘하는 PM을 파견시켜 주겠다고, 더욱이 그 PM의 원가는 자기 사업부가 부담하겠다고 말이죠.”


솔직히 고백한다. 코치가 되기 전까지의 나는 마음은 안 열고 옳은 말만 날리는 ‘멍청이’였다. 코치가 되고 난 뒤에야 나 홀로 똑똑이였다는 걸 깨닫고는 반성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요즘 나는 코칭 할 때 ‘유능한 사람’과 ‘따뜻한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 대다수의 답은 유능한 사람이다. 그러면 다시 물어본다. 당신의 상사는 어떤 사람이길 바라냐고. 한참 후에 답이 온다. ‘따뜻한 사람’이라고. 또 묻는다. 왜 당신은 따뜻한 상사를 원하느냐고. 따뜻한 상사가 자기를 격려해 주고 이해해 주기 때문에 일을 훨씬 주도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더불어 성과도 좋았다고 답한다. 나는 “아, 그렇군요.” 하면서 다시 물어본다. “그럼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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