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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때는 선과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의 명대사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해가 기울기 시작해 땅거미가 내리는 석양 무렵을 가리킨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별이 안돼 힘든 상황에 대한 비유다.


요즘 개늑시의 혼란을 토로하는 리더들이 부쩍 많아졌다. 조직에 배신과 음모가 판을 쳐서가 아니라 인재 보유 때문이다. 리더들이 말하는 ‘개와 늑대의 구분’이란 떠나려는 자와 마음이 붙어있는 자를 구별하는 혜안이다. 혹자는 부서 단체 행사에 연달아 불참하고, 리더와 시선 마주치기를 피하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챈다고 말하지만 구분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결정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이별을 통고 받을 때 리더들은 “이건 배신이야!”라며 가슴을 친다.


잡 마켓 제도(job market •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른 업무를 해 보고 싶을 때 사내에서 직군을 옮길 수 있는 제도)가 확산되면서 인재 보유는 더 예민한 이슈가 됐다. A급 인재가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도 문제지만 옆 부서로 이동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이론상으론 어차피 한솥밥 식구니까 그게 그거라고 말하지만, 이면으론 속이 더 쓰린 일이다. 당장 성과 내기도 걱정이고, 동료 리더보다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라 평가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유능한 인재를 어떻게 보유하고 이탈을 방지할 것인가. 적어도 ‘상사 때문에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 강점 경영의 대가 마커스 버킹엄은 HBR 논문 ‘사랑받는 일터 만들기’에서 원온원(1on1) 면담을 매주 나누라고 권하며 매주 팀 리더와 개인 면담을 갖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77% 높아지고 향후 6개월 이내 자발적 이직률이 67% 낮아졌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전화, 앱... 면담 소통채널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업무의 세부사항, 발생 가능한 문제, 팀리더가 도울 수 있는 방법 등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작은 조치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인다. 이때 활용할 인재 보유의 황금률 질문은 다음의 3가지다.


-지난주에는 어떤 점이 좋았고 싫었나?

-다음 주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리더인 내가 어떻게 하면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


리더에게 인재 보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개늑시’를 판별하는 족집게 독심술보다, 원온원 면담을 통한 속 깊은 마음 대화다. 사랑받는 일터까지는 힘들더라도 떠나고 싶지 않은 일터는 만들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리더의 마음이 담긴 황금률 질문은 조직을 떠나려는 인재도 돌아오게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