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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오후 2시에 가까워진 시간임에도 30분 넘게 기다린 후에야 겨우 작은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많은 유명인의 사인들이 벽에 걸려있고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유명 식당이다. 아내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지만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손님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 밖에 서서 기다리는 것도 못마땅했고 식당은 좁아서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다닐 만한 공간이 없는데도 손님들이 직접 마실 물과 반찬을 가져와야 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식당을 계속 찾을까?


코칭을 하다 보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경력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라면 빨리 손을 써 개선해야 한다는데 많은 리더들이 백 퍼센트 동의한다. 그런데 그 역효과로 어떤 리더들은 ‘좋은 리더’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해야 할 말을 억지로 참으며 조직의 성과보다도 자신의 평가와 체면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부족한 것을 감추는데 모든 신경을 쏟는 것이다.


『탁월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존 H. 젠거와 조셉 포크만은 상위 10%에 드는 23,000명 이상의 리더들을 분석했다. 책에서 그들은 좋은(Good) 리더가 되려는 것이 탁월한(Extraordinary) 리더가 되는 것의 적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좋은 리더란 약점은 없지만 탁월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는 평범한 리더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리더는 높은 생산성과 낮은 이직률, 직원들의 헌신을 창출하지만 그들의 성과는 탁월한 리더와 비교했을 때 극적인 차이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위 10%의 탁월한 리더가 11% ~ 89% 사이에 있는 리더들 보다 두 배 높은 순이익을 냈다.


이처럼 탁월한 리더들은 자신과 타인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렇다 할 장점이 없는 리더의 효율성이 34% 정도라면, 한 가지라도 장점이 뚜렷한 리더의 효율성은 64%로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탁월한 리더는 욕을 먹지 않는 리더, 단점이 없는 리더가 아니라 부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강점 때문에 그를 용서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가 아닐까?


휴지 몇 장을 집어 한 번 더 식탁을 닦고 있는데 메인 메뉴인 고등어 김치찜이 나왔다. '생선찜 맛이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며 기대 없이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었다. 어라? 사각사각 씹히는 김치의 식감이 예사롭지 않다. 밑에 깔린 무의 귀퉁이를 수저로 잘라 국물과 함께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맛... 있... 다. 아내와 나는 정신없이 음식을 먹었다. 많아 보이던 고등어 김치찜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뜨거운 여름 땡볕에 나를 기다리게 만들고 직접 물과 쌈을 가져다 먹게 만든 이 불편한 식당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땀이 줄줄 나는 한여름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고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할지라도 이 정도 맛이라면 불편함을 용서하고 다시 그 고등어 김치찜 식당을 찾아가고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