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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일을 좋아한다. 친구들 대부분이 은퇴하고 노는 이때 아직 일이 있다는 것, 내게 일을 주고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자 축복이다. 그래서 일이 들어오면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대체로 허락한다. 조건 같은 건 별로 따지지 않는다. 이런 걸 통해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이 없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불행할 것 같다. 난 건강만큼 중요한 게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지키는 것만큼 자기 일을 지켜야 그 일도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내게 일이란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건강해도 할 일이 없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난 평생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2014)란 책에 있는 일과 행복에 관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국과수 원장을 했던 정희선의 얘기이다. 삶의 화학반응은 느닷없이 온다. 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게 재미있는 것을 택했다. 지속적인 삶의 화학반응을 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할 때 엄청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걸 경험했다. 가짜 꿀이 기승을 부릴 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꼬박 일년을 매달렸다. 다음에는 가짜 참기름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3~4년을 바쳤다. 내 힘으로 뭔가를 해결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그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굉장했다.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다 미국에서 소변을 통한 마약 검출법이란 걸 알게 되었고 우리만의 소변 테스트 매뉴얼을 만들기로 한다. 몇 년간 오줌 속에서 살았고 자타가 공인하는 마약전문가가 되었다.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여자라는 것이 불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성의 가치를 드러냈다. 영원한 불리도 영원한 유리도 없다. 중요한 건 지금의 유불리에 개의치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는 용기다. 사람들은 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가, 어떤 직장을 갖는가에 관심이 높다. 이 질문 대신 “왜 이 일을 하는가, 정말 이 일을 원하는가?”란 질문을 해야 한다.


내게 행복이란 일에 대한 사랑이다. 이게 없으면 애를 쓰고 노력하는 자체가 고통스런 일이 된다. 이게 있으면 달라진다. 좋아서 할 수 있다. 좋으면 나중에 장인이 되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자기 일을 사랑할 때 나도 나를 인정하고, 남도 나를 인정한다. 그게 행복이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난 정말 행복하다. 대부분 일과 행복이 분리된 삶을 살고 있지만 내게는 일이 곧 행복이다. 방황하고 방황하다 마지막 순간에 이걸 찾았다.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고맙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하는 일 사이에는 틈이 있다. 그 틈이 클수록 삶은 힘들다. 내가 지금 뭘 하며 살지?란 생각이 수시로 밀려온다. 둘 사이에 틈이 작으면 안에서 올라오는 충만감이 커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굶어 죽은 사람은 없다. 굶어 죽는 건 좋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명쾌하다.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게 뭔지 알때까지 악착같이 찾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방황이다. 가만 있는데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다. 책도 읽고, 도움될 만한 사람도 찾아가보고, 두드려 보고, 찔러보고, 해부해보고, 해볼 수 있는 것 다 해보는 것이다.


일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일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깨어 있는 시간의 반을 일하고 있는데 일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어디에서든 행복을 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행복의 비밀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