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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식을 가면 참 재밌고 난감합니다. 예전의 회식이라면 소위 높으신 분들 옆에 그래도 낮은 연차가 앉아서 고기도 굽고 아재 개그도 맞춰 주는 게 흔한 풍경이었는데요. 요즘 친구들은 그냥 멀찍이 자기들끼리 자리를 잡아버리더라고요. 이 시간 불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럴 때 그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것은 ‘끼인 세대’인 저 같은 연차입니다. 저도 젊은 친구들의 생각과 마음을 아니 그냥 내가 고생하고 말자 싶습니다. 물론 자세히 듣다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씀들도 많지만 대개 너무 길어지는 것이 좀 힘들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는 영민한 도반(道伴)은 세대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수요 없는 공급’이라 정의합니다. 상대가 원치 않는 정보를 오지랖 넓게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내가 살아보았는데 말이야’ 혹은 ‘잘 모를까 해서 알려주는 것인데’라는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의사소통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통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대표님의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재화에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모두가 똑똑해지고,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해진 시대에, 정보도 수요를 기반으로 한 공급의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데, 수요가 없는데, 자꾸 공급을 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도 고민이 있습니다. 세상을 사는 건 참 어렵고 복잡합니다.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경험이 많지 않으니 도움이 필요합니다. 앞선 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나온 통찰을 다음 세대에게 잘 연결해준다면 좋을 텐데 그 수요를 맞춰서 공급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저도 때로는 우리 수련의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내가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핵심 키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질문’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하고 있는 일에 힘든 점이 있나요?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을 통하면 상대의 ‘수요’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지레 짐작하고 ‘공급’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요. 소통의 많은 문제는 내가 너를 잘 안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사실 우리 자신도 잘 모릅니다. 때때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남의 생각과 욕구를 지레짐작하고 조언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합니다. 호기심은 알아야 생깁니다. 알려면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말입니다.


내게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지갑이 열립니다. 내게 필요한 조언을 들으면 마음이 열립니다. 좋은 상사가 되는 법, 바로 질문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athy2112@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