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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스타트업 CEO 10명 남짓을 코칭할 기회가 있었다. 스타트업 CEO들은 생존이 절실했고, 모두 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어서 1시간 반도 모자랄 판이었다.


게재 동의를 마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스타트업 여성 CEO를 코칭할 때 일이다. 처음 만났을 때 생기 발랄하고 재능이 뛰어난 분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전년도의 매출이 획기적으로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좋아져서 6개월 전에 COO(운영총괄 임원)를 영입했다고 했다. 그리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심인 마케팅 팀장도 새롭게 스카우트해 전문 마케팅 회사를 활용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의 경영 프로세스를 나름 구축한 것이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나는 시점부터 매출도 떨어지고 영업이익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서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얘기를 더 깊이 있게 나눠보니, 여성 CEO는 당시 한 달 정도 안식월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 삶에서 가장 큰 부담은 다섯살짜리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회사 일 때문에 태어나서 곧 바로 보육원에 맡겨졌고, 지금까지 그 아들에게 엄마다운 노릇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안식월을 통해 아들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주었고, 가정도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았다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회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녀가 간과한 것은 CEO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을 새로 영입한 COO에게 맡긴 것이다. 또한 회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마케팅 업무를 자신이 하지 않고 새로운 팀장에게 맡긴 것도 불찰이다. 마케팅 업무는 매일 바뀌는 시장 상황을 적기에 반영하여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성가시고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에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린 것이다. 그간 열심히 폭주열차처럼 달려왔기에 지쳐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의 명운이 CEO의 행동 하나하나에 달려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더구나 아직 회사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음에도 회사의 경영 프로세스를 성급하게 구축하겠다는 생각도 이 상황에 한몫 했다. 회사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당연히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아들에게 향하는 사랑도 빛이 바랠 것이 눈에 선했다.


얘기를 충분히 듣고 난 뒤 질문을 던졌다.


“지금 제일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제일 잘해온 일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나를 나 답게 해주는 것인가요?”, “당신은 어떤 CEO인가요?”, “CE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날 코칭을 마치면서,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회사를 운영했다 라는 성찰과 함께 다시 회사에 뛰어들겠다고 다짐을 받았다. CEO로서 자신의 본질에 보다 더 충실하겠다는 얘기였다. 스타트업 CEO들을 코칭하면서 내가 느낀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스타트업 CEO들은 용감하고 위대하다.’는 것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이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어찌 보면 경영이란 매일매일 목숨 건 싸움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므로 그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덕분에 10명 남짓한 CEO들과의 코칭은 다이내믹하면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했다. 코치인 내가 오히려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kdaehee@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