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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뱀보다 더 두려워하는 게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스피치다.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을 이끌었던 래리 킹은 하도 말을 잘해서 ‘대화의 신’이라고 불렸는데, 그에게 말 잘하는 비결을 묻자 2가지로 답했다. 첫째, 말을 잘 못한다면 연습을 해서 잘할 수 있다. 둘째, 말을 이미 잘한다면 연습을 통해 끝내주게 더 잘할 수 있다. 스피치는 할수록 느는 기술이니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더라도 반려견 앞에서라도 연습하라는 거다. 단어와 어조, 말의 빠르기, 표정과 시선처리도 연습으로 개선할 수 있다(대화의 신, 래리 킹, 2015).


오프닝의 파워

예전 나의 상사가 미국의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했다. 그는 시작하면서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보편적인 언어가 뭘까요?” 2천 명이 넘는 청중 사이에서 “English?”라는 대답이 들렸을 때, 그는 “No, it’s broken English!”라고 하면서, “저는 지금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 broken English로 연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중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긴장이 일거에 사라지고 분위기는 우호적이 되었다.


스피치를 잘하려면 참신한 오프닝 멘트를 고민해두자. 주제나 청중에게 어울리면서도 색다른 말로 시작하려면 평소 메모를 많이 해두어야 한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작하려면, 상대방도 나와 동등한 인간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일부 특권층을 빼면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사람들이다. 서민의 자식으로 자랐고, 대학 등록금 걱정을 했고, 직장 생활 시작할 때 그리 대단할 것도 없었다. 청중을 동등하게 보고 개인적인 스토리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유머는 타이밍이 결정적

스피치의 달인들은 유머를 잘 활용하는데 단, 억지로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니 이런 말은 절대 하지 말자. ‘제가 농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여기 오는 데 정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진짜 웃기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요…’ 이런 말들은 의도적이라 재미를 반감시키고, 잔뜩 기대한 청중을 실망시킨다. 유머는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야 한다. 코미디언들은 타이밍의 천재들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라도 그 말을 하려고 대화의 맥을 끊어서는 안 된다.


건강 비법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데 한 사람이 자기는 술 담배도 많이 하고 운동은 안 한다고 했다. 들은 사람들이 건강검진 때 의사가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아, 그분, 건강 습관 강조하다가 10년 전에 죽었어.” 그럴 때 반전 웃음이 터진다.


스피치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단어도 있고, 이미 한 말을 또 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에’, ‘또’, ‘그런데’, ‘있잖아’ 등 군소리를 자주 하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기본적으로 기한이 짧기 때문에…’라는 식으로 말한다. 기한이 짧다고 하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짧다는 게 무슨 뜻일까? 군더더기 말을 과감하게 없애기만 해도 세련되고 매끄러워질 것이다.


짧게 하라

특히 말하다가 생각나는 내용을 덧붙이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명연설은 모두 짧다는 걸 기억하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1863년 11월의 그날, 링컨보다 먼저 연설한 사람은 인기 있는 연설가였던 에드워드 에버렛이었는데, 그는 2시간 연설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라는 명문장뿐이다. 심지어 자기 연설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다. 미국의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은 1841년 3월 혹한 속에서 1시간 이상 긴 취임사를 했는데 그로 인해 폐렴에 걸렸고, 한 달 뒤에 사망했다. 역사상 가장 짧은 취임사는 존 F. 케네디의 것이었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라는 바로 그 연설이다. 뛰어난 연설가들은 KISS (Keep it simple and stupid), 즉 단순하게 바보도 알아듣게 쉽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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