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삶에서 가장 힘든 나이가 언제일까? 언제 가장 앞이 캄캄할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이가 있다면 언제인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난 사십 대가 가장 힘들었다.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30대에 대기업 임원이 됐지만 내가 생각한 삶이 아니었다. 월급은 많았지만 자유는 제로였다. 직장은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계속 탈출의 꿈을 꾸고 있던 내게 마침 회사를 떠나야 할 일이 생겼다. 사실 버티면 됐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나 선배는 그냥 버티면서 살았지만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난 다른 선택을 했다. 아니, 결단을 내렸다.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직업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근데 타이밍이 문제였다. 회사를 떠나는 시점에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회사가 얼마나 안락하고 편한 곳인지 깨달았지만 때는 늦었다.


대기업을 떠나 선택한 건 컨설팅이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어 몇 달간 무보수로 다녔고 몇 달 후 나오는 급여도 200만 원 정도라 한 가정을 꾸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힘든 것보단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컸다. 두려움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다. 이대로 처자식과 같이 길바닥에 나앉는 상상을 참 많이 했다.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엔 나아진다는 믿음이 생기면 좋을 텐데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새로운 직업이 주는 설렘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서도 잘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 의외로 내 성향과 잘 맞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별거 아니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심정에 꾸준히 글을 썼고 그걸 경제지에 실었는데 그 글로 인해 여러 기회가 생기면서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25년 전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40대를 보낸 건 나만이 아니다. 주변을 봐도 그 나이에 가장 많은 갈등을 하는 것 같다. 지금 하는 일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것이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2012)란 책은 그런 애환을 그린 책이다. 책의 일부를 소개한다.


“우선 회사 생활이 만만치 않다. 어렵게 들어왔고, 아직 애들도 어린데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어느 쪽엔가 줄을 서야 할 때도 있다. 어느 순간 필수품이 아닌 소모품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충고를 한다. 인생 2모작을 이야기한다. 말은 맞지만 결코 쉽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해도 망설임 없이 그 길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어렵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이 나이에 뭘….’하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조로현상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면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 물론 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조병화 시인의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일 수 있다.”


사십은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다. 그때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하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 도움이 될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 칠순잔치에서 사십 대의 당신으로부터 무슨 얘기를 듣고 싶은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미래의 당신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겠는가?”


가장 힘든 나이, 뭔가 결단을 해야 하는 나이, 지금을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사십 대다. 하지만 사십 대는 너무 아름다운 나이다. 본인들은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내일모레 칠십인 내가 보기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이십 대에는/서른이 두려웠다/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있었다/마흔이 되니/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중략) 죽음 앞에서/모든 그때는 절정이다/모든 나이는 아름답다/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박우현 시인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의 일부다.


여러분의 사십 대는 어땠는가?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가? 사십 대인 분들은 지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때는 몰랐지만 사십 대는 너무 아름다운 나이란 걸 지금은 절절히 깨닫고 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