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이 칼럼의 문패는 ‘코치 칼럼’이다. 하지만 오늘은 코치가 아닌 ‘고객으로서의 경험’을 얘기해 볼까 한다. 고객이 경험한 ‘코칭의 파괴력’에 관한 얘기이다.


구랍 5일 여기에 ‘기자의 언어, 코칭의 언어’라는 난문(亂文)을 쓴 후 몇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취지는 두어 갈래로 나뉜다. ①그 글에서 언급된 ‘아들과의 대화 복원’ 경험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거나 ②관련된 조언 혹은 코칭을 청하기 위해 ③어떻게 셀프 코칭 했는지 궁금해서. 그렇다면 지난번에 분량 문제로 상술하지 않았던 이들 의문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얘기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처음에 아들에게 건넨 것은 조그만 부탁의 말이었다.


-나: 어이 아들,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아빠가 요즘 코칭이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 최근 무슨 과정을 하나 끝냈는데(※Gallup 글로벌 강점코치 과정), 이수 인증을 받으려면 그 코칭을 6회 해야 해. 고객 6분이 필요한 건데, 내가 초보라 마땅히 부탁할 사람이 없네. 니가 아빠에게 1시간 남짓 빌려주면 안 될까? 고객 역할을 하면서.


-아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네 그럴게요.


(이렇게 코칭 날짜가 잡혔다. 강점 코칭이 끝난 후)


-아들: 꽤 재미있네요. 코칭이란 게 원래 이런 식으로 이뤄져요?


-나: 그건 아냐. 코칭은 크게 라이프, 커리어, 비즈니스 분야로 나뉘는데, 방금 한 건 비즈니스 코칭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영역인 강점 코칭이란 거야.


-아들: 아 예.


-나: 코칭의 본류는 라이프 코칭이야. 우리 인생의 일반적인 문제에 대한 코칭이지. 사실은 아빠가 너와 코칭 하겠다고 맘먹은 것도 아빠가 코칭 고객으로서 라이프 코칭을 받고 난 뒤 결심한 결과야.


-아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 응, 아빠가 ‘아들과의 대화 복원’이라는 주제로 라이프 코칭을 몇 번 받았거든. 그러면서 ‘이 문제를 아주 정직하게, 정면에서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네게 강점 코칭을 해주면서 이 얘기를 꺼내자’라는 결심에 이르렀고, 오늘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지.


-아들: 네?


-나: 내 생각에는…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상실, 가장 큰 공허가 있다면 너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거야. 서로 말을 잘 안 하잖니.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이 상실을 메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 니가 벌써 32세, 언제 결혼해 분가할지 모르는 나이지. 이 상태에서 분가하고 나면 우리의 관계는 영영 현 상태에 고착된 채, 남은 인생을 살다 죽게 될 확률이 크거등. 우리 둘 다.


-아들: 음.


-나: 그래서 내가 결심했어. 니가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아빠와 같은 집에서 사는 기간 동안에, 음~ 충분히 대화하고, 훗날 추억이 될 만한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하고, 서로를 제법 이해하는 상태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된 상태에서 니가 분가하면 참 좋겠다, 이 같은 내 바램을 네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그에 대한 네 생각을 물어봐야 되겠다… 이렇게.


-아들: 음.


-나: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다 한 셈이다. 내 제안에 대해 니가 지금 대답을 해도 좋고, 며칠 생각을 해본 후 대답해도 좋다. 니 답변을 기다린다.


-아들: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더니) 좋아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 그래, 그렇게 대답해 줘서 정말 고맙다. 니가 그렇게 대답했으니 이어지는 얘기를 조금만 더 할까?


-아들: 예?


-나: 그런데 그런 변화는 이렇게 말만 주고받는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야. 구체적인 노력과 행위가 뒤따라야 하거든.


-아들: 어떤?


-나: 대화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 그래서 내 미리 생각해 봤는데, 니 직장이 여의도에 있지 않니? 내 사무실은 구로에 있고. 내 출근 동선(動線) 위에 니 회사가 있는 거지. 아침에 가능하면 아빠 차로 함께 가는 게 어떨까. 나도 시간 맞출 테니. 20~30분간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할 말 없으면 농담도 하고, 그것도 없으면 음악 들으면서 같이 가는 거지. 어떠냐?


-아들: 음 좋아요. 그렇게 해요.


-나: 좋아 언제부터 할까?


-아들: 뭐 내일부터 하시지요.


이후 매일 오후 6시경 ‘익일 출근 계획’을 문자로 교환한 후 여건이 맞으면 함께 출근했다. 좁은 차내 공간에서 30분을 둘이 있어 보면, 아무 말도 안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무슨 얘기라도 하게 돼 있고 자연스럽게 말길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내 사정에 변화가 생겨 함께 출근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하지만 대화 통로는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음 몇 개 항을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가. 코칭은 제법 힘이 세다. 나. 코칭의 주제는 진실해야 하며, 목표는 명료해야 한다. 다. 실행 계획은 SMART(Specific 특정 행동을 수반하는, Measurable 측정 가능한, Achievable 성취 가능한, Relevant 목표와 관련 있는, Time-bound 시한이 있는) 해야 한다. 라. 실행 계획 속에 상대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상대의 반응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안’까지 마련돼 있어야 한다. 마. 결심이 서면 힘차게 실천하면 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근데 ③셀프 코칭은 어떻게 했냐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아래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 몇 개를 자신에게 던진 후 고객으로서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허승호, 넌 지금 니 상황을 어떻게 느끼노? 그대로 놔두면 결국 어떻게 될까? 네가 진심 바라는 건 뭐지? 그게 이뤄지면 뭐가 좋은데? 그걸 얻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될까?


*성찰 질문: 허승호, 넌 자신의 문제에 늘 정직하게 직면하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tigera1@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