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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실수하면 호통부터 받았는데요. 후배들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지적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뜸 야단부터 칠 수도 없고, 무조건 참을 수만도 없고요. 우린 정식으로도 어깨너머로도 배워보지 못했거든요.”


이른바 낀대(代), 틈장이라 불리는 많은 리더들이 털어놓는 속마음입니다. 특히 힘들어하는 게 피드백, 그중에서도 부정적 피드백인데요. 어떤 분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연중 칭찬을 줄창 해주다가 연말 고과를 낮게 줬더니 오히려 더 부작용이 더 컸다’고 아픈 경험을 토로하시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진퇴양난이란 것이죠. 잘못된 사항을 지적하는 피드백을 가리키는 용어가 부정적 피드백, 건설적 피드백 등 여러 가지로 혼용되는 것에서도 리더들의 고민을 간접 실감할 수 있지요.


경영자 코치인 멜로디 와일딩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2023, 9월호」에서 “정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위 10%의 리더가 이끄는 팀의 업무 몰입도는 상위 23%”라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관리자에게 유효한 피드백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5%에 불과하다”라는 동상이몽의 온도 차이입니다. 즉 쓴소리 피드백은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피드백의 성과 지표는 수용성이란 점에서요.


이때 흔히 화자의 태도만 떠올리는데, 청자의 태도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지침이 유명하지요.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Aim to assist)’,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Actionable)’, ‘감사하라(Appreciate)’, ‘수용하거나 (합당하지 않으면) 버리라(Accept or discard)’, 앞의 두 항목은 화자, 뒤의 두 항목은 청자에 관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노하우와 접목시켜 살펴볼까요?


첫째, 화자의 입장: 피드백을 할 때 주어를 바꿔보자.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주관성과 객관성의 경계가 모호해서죠. ‘내가 지적하는 사항이 과연 맞는 걸까’등 자기검열 질문을 하게 되고요. 이럴 때 K 리더는 행동 인물의 주어를 바꿔본다고 하더군요. “00는 .... 문제야”라고 할 때 다른 인물이 같은 행동을 해도 똑같은 지적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주관적 느낌인지, 객관적 판단인지 판별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당신은 이러저러해서 문제’라는 식(you-message) 대신 나를 주어로(I-message) 풀어나가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보기에)’, ‘나에게는 ~들린다’라는 부가문을 넣으면 보다 부드럽게 원하는 사항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청자의 태도: 피드백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대안을 제시하자. 위의 4A 지침에서 “받아들이거나, 버리거나(Accept or discard)”가 눈에 번쩍 뜨이는 분이 많으셨을 텐데요. 명심해야 할 것은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화자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말과 사람을 분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스스로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 교과서적으로 옳기는 합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지적의 자격을 갖춘 인격자에게만 피드백이 허용된다면 누구도 할 수 없을 겁니다. ‘너나 잘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를 가지는 게 좋습니다. 수용태도를 개인의 품성에 기대기보다 조직 내에서 규칙을 정해 공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령 지적을 받으면 “피드백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일단 응답하기로 정해놓는 등으로요.


끝으로 상호 피드백을 팀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리더의 피드백 수용입니다. 쓴소리 피드백을 리더에게 적용하면 직언이지요. 리더 본인은 피드백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매번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기거나 상황 핑계 대면서 팀원들에게만 수용을 강조한들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쓴소리 피드백, 막히지 않고 먹히게 하는 열쇠는 리더에게 달려있습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