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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블랙 가죽 자켓 아이콘 젠슨 황은 어떻게 오늘날의 그가 되었을까? 얼마 전까지 그래픽카드 제조사였던 엔비디아는 최근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는데, 어떻게 그런 도약이 가능했을까? 황은 1963년 대만 출생으로 열 살에 미 켄터키주로 이주했다. 인종 차별과 학교폭력이 있었지만, 거기에 기죽어 지내는 소년은 아니었다. 주먹다짐도 하고, 자기가 잘하는 수학을 가르쳐주면서 적응했다고 한다. 이후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회사에 취직했고, 동료들과 만든 회사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개발 목표는 매우 높았다. 그래픽카드의 연산 능력을 극대화한 GPU를 개발하고,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는 플랫폼 쿠다를 개발한 데 이어, 2012년 이미지넷에 알렉스넷을 출품, 우승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는 어느 누구도 이게 ‘AI의 핵심 부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컴퓨팅 분야의 미래에 대해 촉각을 예민하게 세우고 있었고, 높은 목표를 세워 가차 없이 실행해 나갔다. 전략적 목표와 집중 학습, 가차 없는 실행 개발자 브라이언 카탄자로는 병렬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다가, 결국은 킬러 앱이 AI일 것이라고 봤다. 성격이 불 같다고 소문난 젠슨 황에게 이 아이디어를 소개했는데, 황은 즉각 흥미를 보이면서 가능성에 흥분했다고 한다. 바로 주말 일정을 취소하고 AI 공부를 시작했다. 집중적인 학습을 하고 나서, 그는 마침내 회의실 보드에 다른 모든 내용을 지우고, 단 한 문장을 쓴다. ‘OIALO(Once in a Lifetime Opportunity),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건 사도 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계시를 받는 장면 같았다고 한다. 금요일 저녁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제 모든 것을 딥러닝에 집중한다. 우리는 더 이상 그래픽카드 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는데, 월요일 아침에는 AI 회사가 되어 있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GPU를 이용한 데이터 학습 훈련은 그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딥러닝 결과를 만들어냈다. 단 며칠 만에 스스로 학습하여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세기의 대결을 했다. 구글은 여기에 엔비디아 GPU가 4만 개 이상 필요했고, 1억 3천만 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 주문을 한다. AI 혁명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의 혁명이라는 것을, GPU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AI에 필수 요소가 되면서 세상에 알렸다. 이후 데이터 학습과 딥러닝의 발전 결과는 우리가 봐온 그대로다. 이런 스토리는 우연처럼 보이나 실은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다. 방향을 세우고 가능 조건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전략적 목표 설정과 집중 실행, 열린 태도,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더 큰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가?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가? 우리보다 더 나은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배우고 있는가? 황은 심할 때는 몇 시간이나 질책을 해서, ‘황의 분노’라는 말이 있다. 다만 그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목표에 대한 절박감과 몰입을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한다. 대신 구성원을 거의 해고하지 않아 장기근속자가 많다. 엄청난 규모의 새 사옥을 건설할 때도, 채광과 수평적인 동선, 식물이 풍부한 환경을 조성했지만, 구글이나 메타처럼 멋진 레스토랑이나 반려동물 케어 시설은 없다. 그에 관해 묻자 그는 ‘직장은 일하러 오는 곳’이라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책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2025)를 읽어보면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야심 찬 이상주의자와 달리, 황은 현실적이며, 공부를 많이 하는 엔지니어 같은 면모와 아시아적인 규율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보인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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