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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객을 정말 신경 쓰는 기업들은 주차장의 편리한 층을 고객용으로 분류해 둔다. 반대로 가장 좋은 곳을 자사 임원들 몫으로 해놓고 고객 주차장은 지하로 몇 층을 더 내려가서 가장 붐비는 곳으로 정한 곳도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권위적인 인상을 확실히 안겨준다. 이런 기업은 겉으로 고객을 중시한다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코칭 일을 하다 보면 임원 비서들과 많이 접촉하게 된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도 엄청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기업은 비서들이 외부인을 정중하게 대하고, 스케줄을 늘 사전 확인하고 예측 가능하게 일할 수 있게 해준다. 비서가 임원의 파트너로 일한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어떤 곳은 비서가 스케줄 관리나 조율을 하지 못한다. 매번 임원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야 한다. 심지어 스케줄이 바뀌어도 모르거나, 연락을 까먹는 비서도 있다. 비서가 전문적인 어시스턴트로 일하는지, 심부름 수준의 일만 하는지도 그 조직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대기업의 실무자 중에는 외부 업체를 아직도 ‘갑’의 자세로 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회사의 중역은 하늘 모시듯 한다. 진정으로 존경해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찍히면 큰일 난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주차장, 비서의 업무 수준, 직원들의 태도... 이런 사소한 차이는 조직문화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즈(MARS)라는 회사가 있다. 엠앤엠 초콜릿이나 스니커즈, 트윅스 같은 브랜드로 유명한 세계 최대 제과기업 중 하나로서 연매출 35조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가치 중심적이며 수평적이고 주인의식이 분명한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한국마즈에서는 평직원도 대표를 거침없이 이름으로 부른다. 부장님, 상무님처럼 직급으로 부르면 위계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냥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또 임원실이 따로 없다. 대표를 포함해 모두가 사무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일하는 구조다. 소통이 많은 사람끼리 가깝게 자리를 배치하여, 굳이 회의를 하지 않아도 그때그때 대화하며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번은 회사 주차장의 수용 한계 때문에 차량 몇 대는 외부 주차장을 이용하게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보통 회사라면 높은 사람 차는 건물 내에 두고, 직원들 차를 외부로 보내기 쉽겠지만 마즈는 달랐다. 평소 물품을 싣고 내리는 일이 많은 영업사원들의 차를 건물 내에 유지하고, 임원들 차를 외부 주차장에 두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요즘 왠만한 회사는 가치를 명시적으로 표방한다. 과연 그 가치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즈에는 상호성(Mutuality)이란 가치가 있다. 사업이 직원은 물론 고객, 협력업체, 대리점, 지역 공동체, 심지어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국 마즈에서 렌터카 계약 갱신을 위해 업체를 선정할 때의 일이다. 입찰을 했더니, 대기업 금융사에서 비슷한 비용에 더 좋은 차량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구매부서는 그 업체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보고했다. 하지만 타부서 임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은데 오랫동안 파트너였던 기업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과 계약하는 것이 ‘상호성’의 가치와 맞느냐?’는 것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효율성(efficiency)도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매출 35조가 넘는 큰 기업이니, 원료 공급이나 포장재 생산, 물류사업, 광고대행사만이라도 계열사로 가지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소박한 환경에서 일하고, 인당 생산성과 매출액이 매우 높은 것도, 제품에도 과대포장이 없이 최소한의 포장으로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것도 효율성의 가치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일방적인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주인의식이 아닌 머슴의식이 생겨날 뿐이다. CEO와 임원들은 실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지키는 수호자들이다. 어떤 가치와 문화를 만들고 지킬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