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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금요일 저녁 시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는 핸드폰을 꺼둡니다. 저만의 핸드폰 프리, 오아시스 타임인데요. 이런 다소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데에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핸드폰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고 카톡 대화창을 보면서 말입니다. 물론 바로 답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핸드폰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대개는 별 쓸데없는 것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쉬려고 누워있을 때도 손은 끊임없이 핸드폰의 스크롤을 내리고 있고요. 그러니 쉰다고 쉬어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책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2019)에서는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원제목은 ‘An Oasis on Time’인데요. 저자는 뇌에게 오아시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대로 쉬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데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겁니다. 핸드폰과 각종 영상기기에 치이느라 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니까 집중력 및 주의력 장애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요.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에 고도로 성장해왔습니다. ‘더 열심히, 더 빨리, 더 많이’ 가 사회의 모토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성공 공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더 빨리 더 열심히 해서 앞서 있는 선진국을 따라가면 되었지만 이제 세상은 복잡하게 변하고 있고 비슷한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에 따라 할 것이 없습니다. 창의성을 가지고 남다르게 사고를 해야 살아남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뇌과학의 발달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최근 뇌과학자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뇌 안에 오로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만 활성화되는 복잡하고 고도로 통합된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이 기능에 대해서는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뇌의 기능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는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두뇌 에너지의 무려 60~80%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동안 뇌는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하면서 삶을 정리합니다. 건전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사람의 두뇌가 활기를 찾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뇌과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창의성 하면 떠오르는 아인슈타인 박사는 통신기기를 기피했다고 유명한데요. 그는 ‘끔찍하게 울려대는 전화기를 멀리하면’ 가장 잘 집중해서,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단조롭게 혼자서 조용히 살면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그의 말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찰나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창의성을 키우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집니다.


저만의 오아시스 타임을 가진 지 3달쯤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를 핸드폰을 꺼두어도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서 가뿐해지고 아이의 이야기에도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고요. 책과 신문을 읽는데도 도둑맞은 집중력이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때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 내려놓기부터 시작이 아닐까요?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athy2112@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