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원고(120412일자) ?조선비즈
굿 팔로워십을 발휘하기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 (helenko@coachingi.com)
리더십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그에십 못지 않게 중요한 팔로워십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조직 성과의 80~90퍼센트는 팔로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관리자가 되고 심지어 사장이 되어도 자기 상사에게는 좋은 팔로워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인 상사에게 우리는 굿 팔로워인가?
상사와 부하는 시각이 다르다. 상사가 인간적으로 더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라, 서 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시각도 달라진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부하가 고도 500미터 지점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상사는 고도 1,500미터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시각에도 이런 차이가 있다.
전문경영인은 단기 성과, 정확히 자신의 재임기간에 성과 내는 걸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훌륭한 경영자로 입증되는 것과 평판이 중요하며,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회사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하는 훌륭한 전문경영인들도 오너와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중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쉽다.
오너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오너에게 관심사란 ‘기업의 지속적인 번영’ 이라는 오직 한 가지이고, 나머지는 다 부차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중요하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누가 사장이냐조차도 기업의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본질적 과제 앞에서는 큰 관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완전히 고도가 다른 곳에서 사고하는 것이다.
부하들은 상사가 말이나 방침을 쉽게 바꾼다든지, 공적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상처를 받지만, 상사에게는 실상 상대를 낮게 평가하거나 모욕감을 주려는 등의 의도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단지 자신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만 보다 보니 나오는 자기중심적 행동일 뿐이다.
중견기업 전문경영인 A사장은 오너인 B회장의 근검 절약 정신이 지나치다고 생각해왔다. 본인이 검소한 것이야 미덕이지만, 직원들 심지어 고객과 식사를 할 때도 늘 가장 값싼 메뉴를 시켜서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고, 출장 시 적립되는 마일리지를 회사로 환원하게 하고, 할인 쿠폰을 모아 직원 회식 때 쓰라고 해서 짠돌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최근 한 기업을 인수 합병하면서 B회장은 사장들의 차종을 한 등급 낮은 것으로 교체하라고 지시를 했다. A사장은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차액이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나, 잘 대접해 주면 알아서 성과를 더 낼 텐데 하는 생각에 사기가 저하되었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조직에 계속 있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까지 휩싸였다.
A사장의 코칭을 맡게 되었을 때, 필자는 그로 하여금 오너의 시각을 충분히 숙고하고 체험해보도록 요청하였다. B회장은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가난에 대한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끼고 살았다. 하지만 겸손하고 건전한 리더로서 무부채 경영의 주창자였고,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을 하는 모범적 경영자였다. 그의 시각에 충분히 머물면서 현재 상황을 보고 나자, 차량이나 비싼 음식은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가치관에 따른 것이고, 그건 본인도 모르게 작동하는 기제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A사장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에 자신의 가치관을 심고 싶은 것이 오너의 시각이다. 인색하게 자신을 실험하던 구두쇠 회장님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리더의 가치관이 표출되는 상황으로 보게 되자, A사장은 이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불평하는 것을 우선 멈추었다. 그 다음 선택을 고민하였다. “회장의 가치관은 팔로워인 내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치관을 인정하고 팔로워로서 함께 할 것인가? 그게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인가? 만약 이 문제에 대해 회장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등을 함께 성찰해보았다. 결과적으로 A사장은 체면보다는 오너와 한방향에 서기로 선택했다. 스트레스가 낮아졌음은 물론이다.
카네기멜론대학 로버트 켈리 교수는 좋은 팔로워십을 발휘하려면 독립적 비판적인 사고와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팔로워는 리더에게 자원이 되고 성과를 내는 모범형 팔로워다. 반면 비판적 사고는 발달했는데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소외형 팔로워, 적극적으로 일만 하지 독립적 사고가 부족하면 순응형 팔로워, 둘 다 부족하면 수동형 팔로워다.
굿 팔로워십은 리더십을 빛나게 만들어준다. 심리학 용어 동조현상을 나타내는 “3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 누군가 특이한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무시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동조자가 나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나의 집단 움직임으로 형성이 되기 시작하면서 동조자들이 늘어나고, 무리가 커질수록 그에 속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져서 하나의 주류가 형성되는 것이다. 아무리 의로운 리더라도, 팔로워가 없으면 미치광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맨 처음 주창한 리더에게 모든 칭송이 돌아가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외로운 미치광이를 진정한 리더로 만들어낸 것은 두번째, 세번째 동조자, 즉 초기의 팔로워들이었다. 기꺼이 리더를 따를 수 있는 용기가 굿 팔로워십이다.
굿 팔로워십을 키우는 방법
굿 팔로워들은 상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주는 한편 결정된 것은 적극적으로 따라주면서 신뢰를 얻을 것이다. 신뢰를 얻는 만큼 팔로워의 영향력도 커진다. 리더와의 시각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 주관대로 리더를 평가 해석하지 않기, 이상적인 리더 상을 그려놓고 비판하기 보다 현실적인 기준으로 리더를 바라보기, 리더에게 자원이 되어주고 리더의 성공을 돕기 등이 좋은 팔로워의 덕목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사의 행동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도록 하자. 상사에 대한 불평이 직장생활의 일부가 된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불평은 의존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
켈리 교수의 팔로워 유형 분류와 함께 팔로워 유형별로 조직이 해야 할 일을 살펴보자.
1. 팔로워십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팔로워십 교육을 강화하라.
2. 비판과 불평만 하는 소외형 팔로워들은 인정을 통해 긍정적 인식의 전환 계기를 만들어라. 그들은 조직이 불공정하고 자기 의견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고능력을 갖춘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조직의 큰 기회임을 인식하라.
3.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순응형 팔로워에게는 의견 대립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격려하라.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위임하면서 적극 인정해주라. 이들에게는 차분히 가르치는 교사 같은 역할의 리더가 필요하며, 대화할 때나 업무 지시 때에 솔직히 얘기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고 계속 격려해 주어야 한다.
4.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무형들에게는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업무를 위임하여 책임을 갖게 하고, 타인의 성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만 하면서 가치를 부가하지 못하는 실무형들에게는 도전을 주는 것이 좋다.
리더의 결정을 따르는 용기도 필요함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라. 조직문화는 구호나 표방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팔로워십에 대한 사례 등을 스토리로 전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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