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 (helenko@coachingi.com)

 

임원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성과뿐 아니라, 역량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가 과거의 성적표라면, 역량은 미래의 성과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은 연봉은 성과에 따라 주지만, 승진은 역량에 따라 시킨다는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 성과는 뛰어난데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로 가서 조직을 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1년에 한 번 건강 검진하듯, 다면진단으로 점검하라  

A기업 김 상무는 최근 360도 다면진단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업계의 손꼽히는 전문가로서 스카우트 되어 온 그는 A기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왔고 자부심이 높았다. 상사도 김 상무가 업무에 대한 도전성과 추진력을 높이 사주었다. 하지만 전사 임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리더십 역량 평가에서 김 상무가 받아 든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그는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영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직원 육성하는 면에서 거의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서술형 답변에서는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이 높다는 등 김 상무의 강점도 언급되었지만 개선점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원들은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고 답했고, 업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질타만 할 뿐 가르쳐주거나 필요한 피드백을 해주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타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며 인재 육성에 무관심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리더로서 부적격 수준이라 할 만했다.

이에 대한 김 상무의 첫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거부였다. 그는 다면진단 결과를 디브리핑해주는 코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인간관계 강조하는 거, 그건 다 실력 없는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짓거립니다. 성과를 못 내니까 맨날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정치하러 다니는 거 아닙니까? 직원들에게도 인기 얻으려고 하는 거고요. 뛰어난 직원들은요, 안 가르쳐도 잘합니다. 이렇게 쓰는 애들일수록 실력 없는 거라니까요……” 

다면진단 결과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 김 상무처럼 화를 내거나 수용을 거부하는 것이다. 합리화하거나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구조조정을 지휘했기 때문에라거나 새로 온 직원들이 아직 나를 잘 몰라서라는 식이다. 더 심한 경우로, 응답자를 색출하는 임원도 가끔 있다. 이러한 반응 자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는 걸 잘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다면 평가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다면평가는 본인과 상사, 동료, 부하직원의 평가까지 전방위적으로 포함된다는 의미에서 360도 평가라고 불린다. 다면진단 결과를 보면서 왜 직원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이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뿐, 왜 저렇게 비춰지느냐고 시비를 붙을 일이 아니다.

다면평가를 활용하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는 것과 같다.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개선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개선 노력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결과를 수용하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필자는 코치로서 다면 진단 결과를 디브리핑하는 때가 그들의 인간적 특성이 튀어나오는 진실의 순간임을 종종 느낀다. 내면이 강한 사람은 피드백에 대해 그다지 방어적이지 않지만, 허약할수록 타인의 평가에 더 휘둘리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쉽다.  

위의 김 상무는 나는 잘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아부 정치를 하라고 압력을 보내는 것이라고 결과를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오만한 시각이며, 나르시시스트적인 반응이다. 나르시시즘, 즉 자신만이 특별하고 옳고 선한 존재라는 심리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지만, 과도하면 확실히 독이 된다. 임원 평가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딘 스테몰리스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권한욕구가 강하고, 타인을 이용하기만 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데 골몰하는 나르시시스트를 임원으로 선발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 특성으로 꼽았고, 이를 조직에 해를 끼치는 유독성 리더(toxic leader)로 분류하였다. 김 상무는 코칭을 받으면서 초기의 반응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타인과 교류하는 데 방해가 되어왔던 고립적인 성격 특성과 조급함 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다음 해의 김상무에 대한 리더십 평가는 긍정적 개선을 보여주었다.

 

시각의 차이, 갭의 원인

스티븐 MR. 코비 박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의도로 평가하고, 타인은 행동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는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다면진단을 자신에 대한 절대적 평가나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시각의 차이를 가져온 여러 원인들을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은 것, 특정 지식이나 스킬의 부족, 고유한 성격 특성 등이 그런 갭의 원인일 수 있다. 원인을 파악하면 개선 계획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다면진단 방법

1.정기적으로 실시하라

임원 다면진단은 매년 혹은 매격년 정기적으로 꾸준히 실시하라. ‘측정 있는 곳에 개선이 있다는 말처럼, 정기적 평가는 임원들에게 자기 인식을 높이고 조직에서 기대하는 바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된다. 신규 임원 등 새로 온 조직구성원에게도 조직 적응에 지침이 될 수 있다.    

2. 평가항목에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라

무엇을 평가할지를 정하는 것은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조직이 중시하는 가치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야 한다. 도덕성, 기업가정신, 사업 통찰력, 협동, 커뮤니케이션 역량, 부하 육성, 직무 전문성, 혁신 역량, 글로벌 역량 등 조직에서 중시하는 역량을 포함시켜라. 이 항목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라.

3. 비밀이 유지되는 프로세스를 관리하라

다면평가 시행에 비밀유지는 핵심적 요소다. 응답자 및 응답 내용에 대해 철저히 비밀 유지를 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다면진단 운영 프로세스와 담당자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그 결과를 어느 선까지 공개할 지도 사전에 정한다. 또한 본인 및 응답자들에게도 프로세스를 미리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4. 외부 코치의 코칭을 활용하라.

다면 진단이 평가에 그치지 않고 역량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문코치에 의한 코칭이 필요하다. 전문코치는 외부 전문가로서 임원들이 방어적인 자세를 벗어나 역량 개발을 위한 실행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지원해 준다.

5. 상사에 의한 피드백 자료로 활용하라

직속 상사가 부하 임원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자료로 활용하라. 상사가 멘토이자 코치가 되면 임원 역량 개발의 강력한 지원이 된다. 그만큼 상사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