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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디스턴스(Power Distance)를 의식하라

 

 코칭경영원 대표국민대 교수 (helenko@coachingi.com)

 

 

 사가 직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 조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직원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 완벽한 조직이 어디 있나요?그래도 과거보다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라고 했다대화 결과 직원이 별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상사를 나중에 크게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바로 그 직원이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조직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상사는 생각했다. “뭐야이 친구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잔가?”

 하하하이중인격자라서가 아니다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홉스테드(Hofstede)는 국가간 문화를비교하는 잣대 중 하나로 파워 디스턴스(Power Distance)’ 를 제시했다파워 디스턴스란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간의 간격즉 거리감을 뜻하는 말로상사와 부하부모와 자식 간에도 파워 디스턴스가 작용한다파워 디스턴스가 크다는 건 권력분배가 불균등한 상태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복종하고 윗사람이 권력행사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태도가 강하다는 뜻이다이는 문화마다 차이가 있는데대체로 유교권 국가들과 일부 남미 국가들이 파워디스턴스가 큰 편이며 한국도 큰 나라에 속한다.

 

 앞의 예에서는 직원이 이중인격자라서가 아니라상사 앞에서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기 불편하게 만드는 파워 디스턴스가 존재했다고 해석하는 게 맞지 않을까문제는 파워 있는 측은 파워 디스턴스를 잘 못 느끼는데 반해 파워 없는 쪽은 느끼고 말고가 아니라 거의 실존의 문제라 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상사와 마주 앉아서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어렵고회피하게 된다모처럼 직원들에게 의견을 청한 상사는 의견이 쏟아지기 기대하지만 파워 디스턴스가 강하게 존재하는 한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조직 내 침묵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1997년 대한항공의 괌 추락사고의 원인을 파워 디스턴스와 관련해 해석한다조종실 내 대화기록을 분석한 결과기관사와 부기장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는데도 조종사에게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비행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고 참다가 우회적으로 말하는데이는 상사에게 무례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문화적 파워 디스턴스 때문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대방이 느낄 파워 디스턴스를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뛰어난 개인도 멍청한 조직을 이길 수 없다우리는 우리가 속한 문화의 산물이다파워 디스턴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마음껏 아이디어를 표현하게 해 주어야 한다윗사람에게 혼나거나 찍힐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처럼 치명적인 항공사고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파워 디스턴스를 넘어 창발적인 조직문화가 되려면 기성세대들의 눈에 다소 건방지게 보일 정도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많아져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