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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변경혜 기자] 한국 코칭계의 대명사로 알려진 고현숙 국민대 교수(경영대학)를 최근 방배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코치의 코치’인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조직과

가정에 코치 한 명씩을 만드는 게 희망이라고 했다. 코칭은 미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이웃인 일본에서도 잘 알려졌지만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낯설기만 하다.

 

스포츠분야에서 감독과 함께 선수를 키워내는 코치처럼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치다. 물론 현대사회에선 개인과 함께 조직에 대한 코치도 함께 이뤄진다. 변화와 혁신은 몇몇 개인의

노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코치를 300명 이상 키워낸 고현숙 교수(54)는 우리나라 코칭분야의 대표주자이자 1세대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과

월드뱅크(WB) 한국사무소 등의 리더들을 코칭하는 고 교수의 코칭계 입문 과정이 궁금했다.

 

“우연이 많이 겹쳤죠. 1980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여러 이유로 학교를 늦게 졸업하고 한겨레노동교육연구소에서 잠시

교육일을 게 됐어요. 당시 노동운동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겐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 시간관리를 해야 하는지가 주요

고민거리였죠. 한국리더십센터에 교육을 의뢰했는데, ‘소중한 일을 먼저 하라’는 결론을 내렸죠. 미국 프로그램인데,

굉장히 실용적이고 필요한 교육이었죠. 함께 공부하다 센터에서 일종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이쪽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됐지요.”

 

비슷한 시대를 함께 한 이들이 그렇듯 그의 젊은 시절은 곡절이 많다. 제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흔히 갖는 ‘섬을

벗어나려는 욕구’는 그를 뭍으로 향하게 했다. 1980년 3월 대학생이 된 그에게 펼쳐진 대학은 ‘낭만, 청춘이 넘실대는 캠퍼스’가

아닌 암울한 시기였고 현실을 피할 수 없게 했다고 한다.

 

“소비자학은 기업과 대척점에 있잖아요. 그때만 해도 기업·자본주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졌었는데 한국리더십센터

인력개발분야에서 사람들을 키워내는 교육과 리더십분야를 접하면서 코칭을 알게 됐어요. 2001년 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가게 됐는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그후 MBA과정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게 됐지요.”

 

그는 1990년대 초반 경영혁신이론서들이 막 쏟아져 나올 즈음 경영학 이론서들을 번역하고 기획했던 일들이 큰 전환이 됐다고

말했다.

 

“톰 피터스, 짐 콜린스, 마이클 해머와 같은 세계적 경영전문가들의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에 충격을 받았어요. 소비자학의

입장에선 경영학은 환경 파괴나 불평등의 심화, 자본의 탐욕같은 속성 때문에 윤리소비, 절제소비, 친환경소비로 기업 마케팅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입장인데, 기업이 사회에도 기여하고 특히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지요. 그들은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이윤 추구?’ 그건 하나의 수단이라는 거죠. 이윤을 창출해서 하고자하는 목적, 그것을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사회적 공헌, 조직의 수평적 토론문화, 기업을 통해 사회를 좀 더 나아지게 하는 것, 사회적 공헌인 CSR 개념도 그래서

나온 거지요.”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에서 수년째 코치 역할을 하는 그는 “유엔도 그렇지만 세계은행은 관료화되기 쉬운 조직입니다.

그래서 코칭을 통해, 리더들이 미션을 분명하게 만들고 일합니다”라고 경험을 소개했다. 또 그는 “삼성같은 경우도, 부사장들

운데 일부는 사장이 되고, 전무 가운데 일부는 부사장이 된다. 그걸 감안하고 코칭(석세션코칭)하는데, 승계육성을 위한 도구로

1대 1 코칭을 한다.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거다. 이미 선진국의 유수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기업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미 지시나 훈계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부하직원’이라는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분야, 특히 정치분야의 코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정치인의 성공이나 업적을 평가할 때, 결국은 사회적 영향력을 보고

판단한다. 원래 목적했던 좋은 영향이 실제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 지가 중요하다. 정치활동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남길 것인지,

미션이 중요하다. 그에 따른 전략이 세워져야 하고 부족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게 성장의 동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칭의 두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줬다. “하나는 그 사람의 자각처럼 의식·통찰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내가 왜 여기 있고,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그게 약하기 때문에 최근의 여러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책임인데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삶이나 일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한국 코칭계의 전망에 대해 묻자 그는 “아쉬운 건 아카데미와 이론 같은 배경이 튼튼해야 코칭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데 요즘에는

스킬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코칭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과 사람, 사회에서 개인의 역할 등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필독서를 읽고 요즘의 논술경시 같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경험했었다는 그는 “코칭일을 하면서 처음 받았던

충격, 아마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 앞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변화·혁신을 위해선 독립심이 필요하잖아요. 제주 여성만큼 독립심

강한 여성이 없듯이 제주는 정체된 듯하면서도 항상 변화하는 것 같다. 좋은 변화였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고현숙 교수는…국내 코칭계의 대표주자인 고현숙 교수는 1962년생으로 제주에서 자라 신성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핀란드헬싱키경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코칭계 1세대인 그는 300명의

문코치를 배출해내 ‘코치의 코치’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한국코칭센터 대표를 역임했고 코칭경력이 총 2600시간 이상이다.

삼성전자와 삼성탈레스, 삼성화재, 제일기획,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SK E&S, SK텔레콤, GS칼텍스, SK C&C, LG이노텍,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요 임원들을 코칭했다. 주요 저서로 ‘유쾌하게 자극하라(2007년)’, ‘티칭하지 말고 코

칭하라(2011년)’가 있고 번역서로  ‘우리 팀만 모르는 프로젝트 성공의 법칙(2005)’ 등이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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