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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 홈페이지에서 “모든 경영 단계에서 안전(Safety)과 보건(Health), 환경(Environment)을 지켜 나가는 녹색경영을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여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는 ESG 경영 강화 문구를 쉽게 보게 된다. 안전경영은 비즈니스를 안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안전사고 발생 시 인적 요인(Human Factor)은 얼마나 될까? 듀폰(DuPont)의 통계로는 안전사고의 96%는 작업자의 부주의(인적 요인)이며 나머지 4%는 기계/설비 결함 등(비인적 요인)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안전경영에 관심 있는 리더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안전 제도와 방법 등 대부분 ‘비인적 요인’에 관한 것이었다. 듀폰에서는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도, 작업자가 바뀌어도 모두가 안전 규칙을 스스로 지킨다. 무엇이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안전규칙을 지키며 행동하게 할까? 안전의 핵심은 바로 사람을 통한 안전경영이다. 듀폰에서 근무하며 안전경영을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세 가지 요건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직원 존중(People Respect)
故 김동수 前 듀폰 아태지역 대표가 공장장 시절에 신입사원들에게 간단한 Safety Performance(두 손을 펴고, 두 발로 서고, 손으로 두 눈과 두 귀를 만지는)를 해보게 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나는 날, 오늘 했던 동작을 그대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두 손, 두 발, 그리고 얼굴이 오늘의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보존되어 회사를 떠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것이 안전경영의 정신입니다”라고 말하여 신입사원들은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마음으로 먼저 공감하게 했다.
한번은 안전 컨설팅으로 호주에서 온 안전담당 임원과 함께 고객사를 방문하였다. 고객사 리더가 설명하길 제조공정의 위험성이 높아 지난 해에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동종 산업의 타 회사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호주 임원은 “그러면 그 작업장에서 내년에 다쳐도 좋을 직원들의 명단을 생각할 수 있을지?” 고객에게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소름이 끼치는 질문이었다. 안전경영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건강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2. 기업 윤리(Business Ethics)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사장에게 사고 경위가 보고된다. 직원들에게 많은 재량권과 자유가 주어지나, 기업의 핵심가치(안전, 환경, 윤리, 직원 존중)의 고의적인 위반은 해고의 사유가 되며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 그러기에 회사 내의 모든 보고서는 신뢰할 수 있고,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원인 규명이 되고, 다시는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시아의 전 직원들에게 사고 경위와 예방책을 알린다. 사고가 난 공장과 관련 직원의 이름은 표기하지 않고, 사고를 통한 교훈과 예방책에 집중하게 한다. 정해진 절차를 그대로 지키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보호장구를 규정대로 착용하는 것도 윤리에 적용이 된다. 윤리를 지키는 것은 안전의 기본이다.


3. 솔선수범(Tone at the Top)
몇 년 전 퇴직한 듀폰 외국 엔지니어들과 함께 고객사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2층 회의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모두 계단 난간을 잡고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고객사 공장장이 가파르지도 않은 계단의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계단을 오를 때에 난간을 잡는 것은 안전 규칙이며 이들이 리더였을 때에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교육한 분들입니다. 리더가 먼저 말한 것을 지켜야지요. 퇴임과는 관계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습관이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그 계단에도 ‘난간을 잡으시오!’라는 안전문구가 쓰여있었다. 그 공장장은 “아! 이래서 듀폰의 안전경영이 살아 있군요!”​라며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 리더부터 지키는 솔선수범이 벽에 걸린 안전 표어나 리더의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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