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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의 공통점은? 성공 비결도 경영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고독이다. 리더들이 마음의 무장해제를 하면 늘 털어놓는 이야기가 있다. 고도(高度)일수록 고도(孤度)는 깊어진다.


“사람은 많지만 내 사람이 없다. 말은 넘치는데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내게 보고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한없는 고독감이 밀려온다.” 예전 한 인기 드라마에 재벌 회장으로 나온 인물이 임원과 술을 함께하며 이런 대사가 나왔다. “진정으로 출세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아는가, 독배라도 같이 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네.”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어쩌면 사장은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해서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마음을 이해해 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리더가 막막한 고독을 느끼는 데는 의사결정 등 큰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처럼 미팅이나 약속이 없는 날, 편히 연락할 사람이 없을 때 문득 적막함이 밀려든다. 설사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주 앉은 직원에게서 변학도 수청 들러 온 억지 춘향의 모습이 비칠 때, 또 한 번 외롭다. ‘차라리 혼자 먹을걸’ 하는 자책과 후회가 트림처럼 올라오곤 한다.


미국 시트콤 <더 오피스>를 보면 리더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외로움의 순간이 곧잘 그려진다. 지점장 ‘마이클’은 ‘세계 최고의 보스(World's Best Boss)’라는 문구가 새겨진 머그컵을 가지고 다니며, 온갖 잘난 척과 도를 넘는 농담을 해대는 인물이다. 문제는 그가 직원들과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만 늘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데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이 회식을 제안했을 때 약속이 있다며 뒤로 뺀 직원들이 작당해서 자기들끼리 파티를 벌이는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K 사장은 CEO 정기메일을 쓰면 직원들과 의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실행해 보았다. 한 번은 열독률이 궁금해 시험해 보았다. 본문의 말미에 ‘이 메일을 다 읽은 사람은 오후 다섯시에 조기 퇴근해도 좋다’라는 한 줄을 넣었다. 오후 다섯 시, 떨리는 마음으로 사장실을 나갔을 때 어떤 풍경이 펼쳐졌을까. 모든 직원이 제자리에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기뻤을 그림이지만, 그날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심경이었다고 한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본인의 ‘만용’을 탓할 수밖에...


리더의 자릿값엔 고독도 포함된다. 더위에 이열치열이 약이듯, 고독은 이독치독(以獨治獨)이다. 고독을 애써 피하려 하기보다 직면하고 적극 활용하라. 리더에게 고독은 기본값이다. 당신만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진 않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