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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국물 맛도 살려주는 마법의 처방전은? 답은 라면 수프다. 예능 프로를 보면 다 죽어가는 음식에 라면 수프 하나 톡톡 털어 넣었을 뿐인데 밍밍한 음식이 제대로 된 음식으로 격상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인생 1 막은 기자, 2 막은 코치로써 질문을 업으로 살다 보니 ‘기승전 질문’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인 나는 라면 수프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쉬우면서도 강력해 톡톡 털어 넣기만 해도 죽은 대화를 살릴 수 있는 마법의 질문을 평생 고민해왔다. 음식의 잡맛을 잡아주며 단번에 풍미를 높여 주는, 라면 수프 같은 비결이 분명 있을 것 같았다.


비결은 기자 시절에 찾았다. 내게 마법의 단어를 제공해 준 분은 모 그룹 회장 직을 역임한 분이었는데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오른 자수성가 리더로서 퇴직 후에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분이셨다. 그분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기타 등등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선 직원일 때는 “말씀하신 사항 외에 제가 해야 할 일은 없을까요?”, 리더가 되어서는 “보고 사항 외에 내가 또 내가 알아야 할 일은 없겠나?”, 고객에겐 “계약 외에 우리가 더 지원해 드릴 일은 없습니까? 편히 말씀해 주십시오.”하고 말했지요.


그가 CEO가 된 뒤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강조한 것도 기타 등등력의 상용화였다. ‘그 밖에 궁금하신 것은 없으신지요.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를 메일 말미에 관용 어구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기타 등등, 다른 말론 ‘그 밖에’. 딱 세 음절을 더 말했을 뿐인데 심중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천후 특효약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날 이후 나의 인터뷰 마무리 질문은 “그 밖에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가 됐다. 이 질문이 앞의 50분을 반전시키는 5분의 효과를 발휘해 제목으로 뽑을 만한 ‘고갱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코치가 된 후에도 마법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코칭 마무리에 “그 밖에 더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더하면 뜻밖의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다. 고객들은 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토로하곤 한다.


또 하나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는 ‘그중에’다. ‘그 밖에’가 상자 밖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이라면, ‘그중에’는 상자 속 생각을 정리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 밖에, 그중에... 휴대하기도, 사용하기도, 기억하기도 쉽다. 톡톡 넣기만 해도 죽은 대화가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