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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비전은 코치의 역량과 코칭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된 구조화된 프로세스다. 2020년 처음 접한 코칭 슈퍼비전스쿨에서 배운 ‘세븐 아이드(7 eyed model)’모델은 대화 뿐만 아니라 코칭 개입(intervention)의 효과성, 코치와 고객의 관계 그리고 고객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환경 등 고객의 맥락을 여러 관점으로 살핀다.


나는 기업에서 리더들을 코칭 할 때 슈퍼비전에서 배운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리더들에게 코치 역할을 요구하는 조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시만 하던 상사에게 일을 배우고 임원이 되었는데, 변한 세상에서 구성원들에 공감하며 성장을 도와주라는 조직의 요구를 받은 리더들은 당황한다. 그 모습은 내가 코칭을 처음 배우고 조직에 적용하던 때와 많이 비슷하다. 코칭을 배웠지만 조직에서 코칭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코칭에 조언과 충고를 섞었다. 해야 할 급한 업무를 핑계삼아 종종 지시하고 명령하는 상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머리로는 이해되고 코치들끼리 연습할 때 잘되던 코칭이 막상 실제 고객을 만나면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었다. 코칭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코칭의 한계라고 여겼다. 이때 선배 코치들에게 슈퍼비전을 받은 경험이 코칭 역량을 향상시키고 조직에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직에서 리더들의 코칭 주제는 종종 ‘관계’와 관련된 고민들이다. 뛰어난 개인 역량으로 임원이 되었지만 부하직원, 고객, 상사 또는 다른 부서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슈는 혼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가 말하는 코칭 주제는 대부분 자기 관점에서 필터링 된 문제이다. 이때 바로 문제해결에 집중했다가 얼마 뒤 다시 비슷한 문제로 코칭을 했던 경험도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코치에게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리더들도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고객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코치에게 원하는 답을 기대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기 위해 코치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슈퍼비전은 리더가 가져온 문제를 듣고 바로 해결방법을 찾기보다 리더와 함께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다시 탐구하며 실제 일어난 사실과 리더의 판단을 분리시킨다. 리더의 감정을 탐구하며 리더의 내면을 자극하고 있는 것과 리더가 가지고 있는 가정과 신념, 강점과 맹점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리더는 새로운 인식으로 성장한다. 리더의 인식이 성장하면 리더가 문제라고 여겼던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더는 성장을 위한 더 큰 주제로 한발 더 가까이 간다.


"화를 잘 참고 싶네요"


코칭 주제를 묻자 고객은 창밖을 한번 쳐다본 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말한다.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진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책상을 번갈아 두드리고 있다.


"조금 자세히 말씀 해주시겠어요?"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억지로 참았어요. 한참을 눈을 꾹 감고 있다가 그냥 손짓으로 가보라고 했는데…. 이건 화를 참은 건지 화를 낸 건지 모르겠네요. 죽도 밥도 아니고… 이럴 때 어떡해야 합니까?"


천천히 7-eyed model을 사용해서 당시 상황과 자신과 부하직원의 관계를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으로 다시 살핀다.


"지금 그 순간을 다시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리더는 대답을 하면서 스스로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욕구를 알아차린다. 고객은 화를 참는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이제 부하들의 성장을 돕는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리더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이다. 리더에게도 슈퍼비전이 필요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