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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건강한 치아를 가진 사람을 뽑아서 상을 주는 ‘건치상’을 받은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론 이게 내가 받은 최초의 상이다. 나는 이 상을 받기 전까진 엄마가 그렇게 양치질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상을 받은 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건강한 치아’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양치질을 했다.


고등학교 때 윤리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발표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선생님은 사투리만 고치면 매우 훌륭한 연설가(?)가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날 이후 나는 말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말할 내용을 연습하는 습관이 생겼다. 전화 통화를 하기 전엔 말할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이 습관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건치상’을 받은 걸 계기로 지금까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고 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평생 동안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참고로, 사투리는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나? 이심전심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2,600여 년 전에 인도에서 가섭과 석가모니 사이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불과하다.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른다. 말하지 않은 내 마음을 상대방이 어떻게 알겠는가?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는 말처럼, 생각은 무수하게 생겼다가 사라진다. 표현되지 않은 생각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내 생각은 상대방에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로 비쳐질까? 360도 평가를 할 때, 팀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고 하는데 팀장과 제대로 말을 나눈 기억조차 없다면 어떻게 될까?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코칭을 잘할 수 있는지 물으면, 나는 ‘존.이.공.탁’ 하라고 말해준다. 고객은 탁월한 성품이 있다는 걸 믿고(탁월성),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존중하며(존중),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이해), 공감을 표현하는(공감) 것이다. 이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이 따듯하시군요.’ ‘책임감이 강하시군요.’ ‘정리정돈을 잘하시는군요.’ ‘남을 잘 돕는군요.’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등 들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재정리하면서 표현으로 고객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코치의 표현을 통해 고객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게 되고, 그걸 더 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코치와 고객 사이엔 깊은 신뢰 관계가 만들어진다. 내가 초등학교 때 ‘건치상’을 받은 것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을 들은 것, 후배들에게 말해준 그들의 강점은 모두 표현을 통해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고, 표현을 통해 더욱 강화됐다.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저 사람은 뭘 좋아할까? 무엇에 보람을 느낄까? 뭘 더 잘하고 싶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